<저녁 풍경>  뭇둑의 벤치에 앉아  저물어가는 연못 속의 풍경을 바라봅니다  어느새, 겁 많은 산그림자도 내려와 있고  덩달아 따라온 초승달도 옆에 앉았습니다  그 애와 자주 걷던 둘레길에도  벌써 핼쑥한 가로등이 눈을 껌뻑입니다  슬프게 아파보지 못한 사람은  그리움이 아픔이란 걸 모르고 삽니다  못둑에 부딪히는 물결 소리가  아련하게 생각의 허벅지를 꼬집어 있습니다  참기 힘든 사무침 때문일 겁니다  가슴도 맥박의 리듬을 분실한 듯합니다  이윽고, 짙어진 어둠만큼  둘레길은 이마가 훤하도록 불을 밝혔습니다  그 길을 지나가는 연인들의 속삭임이  산바람처럼 설레고 향기롭습니다  그럴수록, 나는 더 그 애가 그리워서  더는 그 벤치에 앉아 있지 못하고  슬그머니 그 못둑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 <김환식 작가의 열 번째 시집 ‘맨발의 생각’作>
최종편집: 2026-10-30 19:44:2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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