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저녁 풍경> 뭇둑의 벤치에 앉아 저물어가는 연못 속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어느새, 겁 많은 산그림자도 내려와 있고 덩달아 따라온 초승달도 옆에 앉았습니다 그 애와 자주 걷던 둘레길에도 벌써 핼쑥한 가로등이 눈을 껌뻑입니다 슬프게 아파보지 못한 사람은 그리움이 아픔이란 걸 모르고 삽니다 못둑에 부딪히는 물결 소리가 아련하게 생각의 허벅지를 꼬집어 있습니다 참기 힘든 사무침 때문일 겁니다 가슴도 맥박의 리듬을 분실한 듯합니다 이윽고, 짙어진 어둠만큼 둘레길은 이마가 훤하도록 불을 밝혔습니다 그 길을 지나가는 연인들의 속삭임이 산바람처럼 설레고 향기롭습니다 그럴수록, 나는 더 그 애가 그리워서 더는 그 벤치에 앉아 있지 못하고 슬그머니 그 못둑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<김환식 작가의 열 번째 시집 ‘맨발의 생각’作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