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우연처럼>  장목항에서  출발  남해를 톺았다  여정은 포구마다 안부를 묻는 일이었다  무인도를 지날 때면  횃불을 치켜든 저녁노을이  고만고만한 섬들 사이에서 술래잡기를 했다  너를 보낸 후  가슴은 수시로 생각을 후벼팠다  그때마다 남해를 향해, 나는  생각에 불을 지르려 달려 온 것이다  갈매기들도 집으로 돌아가고  인적 끊어진 방파제에 잠시 앉았다가  어슴푸레 낯익은 뒷모습의 그림자 하나  또, 우연처럼 만났다 눈만 뜨면 입술에 달고 살던  그때 그 이름들을, 이젠  남몰래 속으로만 불러 보았다  사무침도 오래 삭히면  발효된 술맛처럼 향기로울 것이다  그런 맛, 다시 한번 음미할 수 있을까  장목항은   오늘도 화염에 휩싸였다 <김환식 작가의 열 번째 시집 ‘맨발의 생각’作>  
최종편집: 2026-10-30 19:44:5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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